교육경비 예산의 편중성
교육경비 예산의 편중성
  • 윤종철
  • 승인 2013.05.2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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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철 기자
[시정일보 윤종철 기자] 지난해 영화 ‘연가시’가 개봉되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의 글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다. 서 교수는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지인의 딸이 교과서에서 자신의 글을 배우고 있다는 말에 무척 흥분했다. 지인의 딸이 글의 의도 등을 묻는 질문에 상세하고 친절히 가르쳐 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두 달 후 서 교수는 지인에게서 자신의 글이 시험문제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놀라운 사실은 저자의 의도를 묻는 문제에 지인의 딸이 자신한테 들은 대로 답했다가 틀렸다는 것이다. 지인의 딸이 정답으로 고른 것이 저자인 자신의 의도와 100% 일치하는데 틀렸다니, 서 교수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황당했으리라.

이처럼 아이들 스스로가 사고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다. 최근 들어 많은 자치단체들이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교육경비 예산을 두 배로 늘려 노후된 시설물을 교체하고, 무상급식에 이어 급식시설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방법 개선에는 교육경비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물론 지자체의 이 같은 교육환경 개선이 미래의 근간인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인 것은 분명하다.

몇몇 전문가들은 요즘 심각하게 대두되는 청소년 범죄가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근거로 교육환경 개선은 청소년 문제를 예방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말대로 정말 교육환경은 개선됐을까?

아쉽게도 그리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긴 힘들 것 같다. 학교폭력 문제는 갈수록 수위를 더해 얼굴이 함몰될 정도로 친구를 폭행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고 담배를 피운다며 훈계하는 어른을 집단으로 폭행하고도 그게 왜 잘못인지 모른다.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주지 못하고 획일화된 교육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친구를 폭행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그냥’이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환경 개선의 본질은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고 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는 교육 현실에서 물리적인 개선에만 치우친 정책은 결국 절름발이 교육환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물리적인 환경개선뿐 아니라 올바른 교육방법 개선에도 관심을 갖고 힘을 쏟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