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편한 진실
기자수첩/불편한 진실
  • 윤종철
  • 승인 2013.09.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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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鍾哲 기자 /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개그 프로그램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본 기자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가 막을 내리자 너무나도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생활 속에서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담아내며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였는데 평소엔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던 일들을 한 꺼풀 벗겨 그 허구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사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가 공감이 가는 이유는 조금만 주변을 둘러봐도 이 같은 불편한 진실들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최근 서울시가 무상보육 중단 위기를 2000억원의 지방채 발행으로 막겠다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는 눈앞에 닥친 무상보육 중단이라는 사태를 막기 위한 특단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박 시장은 9월 영유아 무상보육 대란 위기를 맞아 여의도에 구조요청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전 보궐선거 경선 경쟁자였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접촉을 시도하는 등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박 시장은 또 여의도 국회를 직접 찾아 무상보육 예산 지원을 도와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으며 현 정부도 여야 합의로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국고 보조 비율을 2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무상보육의 완전국가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런데도 무상보육 중단을 막기 위해 지원을 요청하고 빚을 내가며 부족분을 충당하겠다는 이에게 ‘의도가 담긴 정치쇼’라고 맹비난하고 4자 토론까지 벌이자며 으름장을 놓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박 시장의 지방채 발생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무상보육 중단 위기를 잠시나마 막긴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상보육에 대한 부담은 지방채 금액과 더불어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정치쇼’니 ‘4자 토론’이니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불편한 진실을 정치적 논쟁으로 끌고 가지 말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찾아보는 것이 불편하지만 쉬운 진실일 것이다.

중앙정부는 이제 공약으로 약속한 대로 영유아보육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국고 보조 비율을 상향 조정하든지 아니면 공약 불이행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무상보육을 전면 개편하든지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