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도 정부는 방재대책과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전국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재난과 피해를 분석하고 피해 예상지역을 선정,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최근 10년 동안의 여름철 재난 피해 대비 올해 피해 상황은 인명피해(4명) 90%, 재산피해 84.3%(1565억원) 경감이라는 유래 없는 기록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 ‘안전’행정부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새우기에는 2%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안행부 산하 소방방재청은 올 겨울 화재 예방을 위해 예년보다 1개월 앞당긴 10월부터 대형화재 취약대상 6만5239곳에 대해 소방특별조사를 벌여오고 있다.
대형화재 취약대상은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등 인파가 몰리는 시설로 각 시도 소방재난본부에서 정하고 있지만 소방법 등의 규정에 의해 화재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 시설이 많다. 서울만 보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을 법한 홍대 클럽이나 대학로 소극장 등이 그렇다.
방재청 관계자는 “주택가 주변에 위치한 홍대 클럽은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소방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극장의 경우도 연면적 300㎡ 미만은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보통 지하에 위치하고 출입구가 좁은 홍대 클럽이나 소극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이 뻔한데도 소방법이라는 규제를 핑계로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 소방서가 없는 구도 2개 구나 된다는 점이다. 불행 중 다행히 최근 성동구는 행당동 부지에 소방서를 건립키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금천구는 아직도 소방서 건립 계획이 없다. 1995년 구로구에서 분구된 금천구는 현재 단 2곳의 119안전센터에서만이 26만명의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백번을 조심해도 부족한 것이 안전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소방법의 조속한 개정은 물론 안전 취약 지역에 대한 조사와 안전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