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향하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부산을 향하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 시정일보
  • 승인 2013.12.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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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승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이환승
[시정일보] 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추억의 먹거리들이 등장하는 데 그 중에서 여주인공이 유독 좋아하는 과자가 있다. 1983년 출시된 그 과자는 “빼빼로데이”라는 기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즐겨 찾고, 11월 11일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가 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11월 11일은 6ㆍ25전쟁에 참전했던 UN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라는 기념식이 거행되는 날이란 것이다. 6ㆍ25전쟁으로 우리 국민 뿐 아니라 21개국 190여만명에 달하는 UN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을 모른 체 살아가기에는 우리를 위해 희생한 그분들께 너무 면목이 없다.

“부산을 향하여”는 6ㆍ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캐나다 한국전 추모협회 빈센트 커트니 회장이 전쟁에서 싸우다 산화한 전몰장병들을 추모하고자 제안하여 2007년부터 거행된 기념식이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면서 6ㆍ25전쟁에 참전한 영연방국가(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의 현충일인 11월 11일, 부산 현지시각 오전 11시를 기해 전 세계인이 부산을 향해 묵념을 하면서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의식이 열린다.

그러면 수많은 전적지 중에 왜 “부산”일까? 6ㆍ25전쟁에서 UN군이 처음으로 전투를 벌였던 오산, 6ㆍ25전쟁의 전환점이었던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인천,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북한군을 꺾고 1950년 9월 28일 되찾은 서울도 있는데 말이다.

부산에는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인 “UN기념공원”이 있고, 그곳에는 11개국 2,300여명의 6ㆍ25전쟁 참전 UN군 전사자가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안장된 전사자들과 생사를 함께했던 전우들, 그들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가족이 세계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했던 그들을 기리며 애틋한 마음을 담은 눈길을 부산으로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7회를 맞은 올해 11월 11일에도, 영연방국가 대사관 관계자, 참전용사 등을 비롯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행사 시작과 동시에 영연방 4개국과 미국 등 8개국에서도 6ㆍ25전쟁 참전용사들이 부산을 향해 일제히 추모의 묵념을 실시하였다. 특히, 6ㆍ25전쟁 정전 60주년을 계기로 UN기념공원에 안장된 영연방 4개국 참전용사의 유가족 30여명도 참석하였다고 하니 더욱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6ㆍ25전쟁 기간 동안 21개국 190여만명의 UN군이 우리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 그리고 그 중 모두 4만 896명이 전사했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위해 머나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목숨까지 기꺼이 바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피와 땀,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전후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이제 다른 나라에 원조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까지도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현실을 바로 알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 세계가 힘을 합쳐 지킨 이 땅의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을 위해 온 국민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굳건한 나라사랑 정신으로 더 희망차고 행복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헌신한 UN참전용사들과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우리 참전유공자들에 대한 우리의 보답이며, 후손들에 대한 의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