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다림...
기자수첩/기다림...
  • 윤종철
  • 승인 2014.01.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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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매주 수요일이면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22년째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을 묻는 집회를 열고 있다. 22년 동안 어김없이 같은 장소에 나와 사과를 부르짖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결국 237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가운데 181명의 할머니가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가슴 한 켠에 한(恨)을 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오히려 ‘위안부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극우행보를 이어가며 거센 역사왜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지방의원 11명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린데일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위안부는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등 ‘소녀상 철거’ 청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적 이유이건 왜곡된 역사 인식에서 빚어진 추태이건 그들이 우리 민족의 굳은 의지를 담은 소녀상에 대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일본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녀상을 철거해 잘못을 묻어버리려고 시도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2월14일 1000번째 시위가 있던 날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최초의 소녀상도 이들에 의해 강제 철거 위기를 겪었다. 최초의 소녀상은 현 구청장인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간부들에게 제안하면서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됐었다.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할 때까지의 ‘기다림’을 담은 소녀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김 구청장의 제안은 작가의 손을 거쳐 ‘평화비’라는 이름으로 탄생됐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설치 중단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당시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설치 중단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으며 일본 대사관 측에서도 무단설치라느니 불법설치물이라느니 하는 온갖 이유를 들어 정부에 압박을 가해 왔다. 당시 구청장이었던 김 구청장도 이들에 의해 많은 압박과 곤혹을 치렀다 한다.

앞으로도 일본의 이 같은 몰상식한 태도와 역사를 거스르는 추태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무(無)나 다름없고 심지어는 거짓이 될 수도 있다. 이젠 22년간의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저들의 과오를 만방에 알려야 할 때가 왔다.

곳곳에 소녀상과 같은 기념비와 기림비를 세워 역사는 결코 사라지지도 바뀌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저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저들이 각성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비통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