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외 조선족 녀성들에게 보내는 편지
주해외 조선족 녀성들에게 보내는 편지
  • 시정일보
  • 승인 2005.03.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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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기자 (중국 장춘시 길림신문사)



한국, 일본,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나가 계시는 중국 조선족 녀성 여러분, 안녕하세요?
일을 해 돈벌기에 정신이 없을 당신들, 기억이나 하고 계셔요? 오늘은 《3.8 세계녀성의 날》이예요. 며칠전부터 이 날을 맞아 신문을 꾸리면서 당신들의 얼굴부터 떠올렸습니다.
기억하세요? 이전에 《3.8절》이면 농촌에서 한가마 가득 감자국수에 돼지고기를 삶아놓고 저가락으로 술상과 바가지를 두드리며 노래하고 춤추며 《되놀이》를 하던 그때를. 그날이면 고향의 하늘엔 온통 녀자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였잖아요.
《 녀성들의 명절》을 빌어 남성들도 술 한잔 얼큰히 하고……
어제 인터넷을 통해 한국 서울 가리봉동에 《3.8餃子館》이 있다는 글 한줄을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록 《3.8절》은 거의 한세기전 미국 녀성들의 지위향상을 위한 데모의 날이였지만 지난 반세기동안 중국 녀성들에게 있어 즐거운 명절의 하루였던 《3.8절》이 지금 당신들 그 여유가 없을 마음 한구석에도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회가 깊었습니다. 오늘 당신들 퇴근후 서울 가리봉동 《3.8餃子館》에 모여 술 한잔 나누며 고단한 일신을 달래고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르긴 해도 오늘 당신들 고향(중국)의 친구들은 한자리에 단란히 모여 술잔을 부딪치며 명절을 즐기는 자리에서도 당신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당신들의 빈자리를 아쉬워 하고 당신들의 안부를 전하고 전해 들으며 당신들과 함께 했던 지난 일들을 추억하고 있을 거예요.
내 가정 내가 잘 살게 하겠다고, 내 자식 공부 내가 뒤바라지 해주겠다고 남편들을 집 가마목에 앉혀놓고 치마폭에 감겨드는 어린 것을 떼여놓고 국문을 나서 낯 설고 땅 선 이국땅에 간 당신들, 온갖 설음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씹어삼키며 하루에 14시간 이상씩 고된 일로 돈을 벌고 있는 당신들, 힘드시죠?
당신들에게 있어 《3.8절》기념이란 사치에 불과하겠죠?
《3.8절》을 기념하면서 요즘 중국 각지에서 층층이 《우수한 어머니》, 《우수한 녀성》, 《3.8붉은기수》등을 표창하여 그녀들의 고매함을 널리 선양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시각 저는 우리 중국 조선족사회에서 오늘 《3.8절》에 널리 표창해야 할 사람, 《3.8절》에 응당 표창받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외국에 나가 피와 땀으로 아글타글, 묵묵히 달러를 벌어 보내 가정의 경제생활도 윤택하게 하고 국가의 재정수입에도 큰 몫을 하며 조선족 사회의 경제발전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당신들, 당신들이야말로 진정 앞가슴에 붉은 꽃 달고 《3.8붉은기수》로, 《3.8붉은기집단》으로 표창을 받고 널리 사회적인 긍정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중국 조선족사회와 고향들, 그리고 당신들 가족들에서는 오늘 당신들의 공로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주세요.
그리고 힘 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