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의 금감원 간부비리
기자수첩/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의 금감원 간부비리
  • 정칠석
  • 승인 2014.04.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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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七錫 기자 /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금감원 노조위원장까지 지낸 김 모, 박 모 팀장 등이 KT ENS의 1조8000억 원대 사기 대출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KT 자회사인 KT ENS의 김모 부장과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 씨,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 씨 등 일부 협력업체 대표들이 가짜 서류로 총 1조8335억원을 여러 금융회사에서 부정 대출받아 2894억원을 갚지 않은 사건이다. 또한 김 팀장은 서 모 씨로부터 시가 230억원짜리 농장의 지분 30%를 무상으로 넘겨받고 해외 골프여행 등 수억원대의 향응과 접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조사 사실 유출과 해외 도피 지원 등 금융 감독당국 직원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는 분노를 넘어 정말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이 뇌물을 많게는 수억원 받고 저축은행의 비리를 눈감아준 사실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선임검사역이 8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감독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함으로써 예금자와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하는 데 설립 목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연쇄 금융사고 등에서 드러난 사실과 정황들을 보면 금감원이 금융질서 수호는커녕 비리 복마전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탈선을 감시하라고 만들어 놓은 조직에서 금융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 나오고 있어 국민들의 눈에는 금감원이 구제 불능의 조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금융범죄 척결의 당사자인 금감원 간부가 되레 공범 역할을 하거나 금융회사들에 거액의 손실을 안겼다는 점에서 금감원조직의 완벽한 자기부정이 아닌가 싶다.

금융기관을 감독해 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부패는커녕 조직 내의 부패도 막지 못했다. 이런 기관이 어떻게 전체 금융기관의 비리와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단 말인가. 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정도가 아니라 금융감독기관의 간부가 아예 금융범죄집단의 일원이 된 셈이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감독기구 직원의 비리는 별도의 입법을 해서라도 일벌백계의 엄중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민간기구로 돼 있는 금감원의 조직과 업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이러한 비리를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