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알맹이 없는 공약경쟁 결국엔 '지역주의'에 호소
<창간기획>알맹이 없는 공약경쟁 결국엔 '지역주의'에 호소
  • 노재혁
  • 승인 2014.05.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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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3년 과제와 전망/3 선거문화의 선진화 언제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환경, 생명, 동물, 지역, 교육 분야 200여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초록연대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 및 생명·안전 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은 정당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약속공약’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시정일보]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한 이래 최대의 국제행사였던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5월, 향후 지방자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을 내다 보며 지면을 펼치기 시작했던 본지의 지령이 벌써 26년에 이르렀다.
본지는 지방자치 발전이 대한민국 국운융성의 주요 재원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지난 26년 동안 한결같이 그에 부합하는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변함없는 행보를 지속할 것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창간 기념일을 즈음해 매년 어김없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현안을 집중 조명해 온 것은 본지의 창간목적을 잊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으며, 올해도 네 번에 걸친 연속 기획물로 독자들과 현안해결을 함께 고민해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지려 한다.
네 개의 주제는 기초선거 공천문제와 재정위기, 선거문화 선진화, 복지 등으로, 이번호에서는 며칠 안 남은 선거를 대비해 외국의 지방선거제도와 6.4지방선거의 공약 등을 살펴보며 선진화된 선거문화의 길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주-


지역정당 공천만 받으면 ‘아무나 당선’ 악순환
토건사업 경기부양 후진국형 선심성 공약 남발

유권자들 선거 불신ㆍ무관심으로 투표율 하락
‘정책과 정견’으로 판단, 한 표의 권리 행사해야


한국정치문화는 유교적 전통사회에서 배태되어온 권위주의 속성과 함께 지연, 학연 등의 1차적 집단에 유대감이 강하며 지역연고를 가진 특정정당이나 후보자가 압도적인 득표를 얻게 하는 지역주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즉 유권자의 투표행위는 후보자 인물·능력, 정당의 이념과 정책, 사건과 이슈, 지역주의, 사회경제적 상황, 정치체계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요인 속에서 결국 유권자 자신의 가치관이나 태도에 따라 후보자나 정당을 결정하며 이중 지역주의는 특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 의식조사에 의하면 유권자는 후보자나 정당을 결정하는데 고려하는 사항으로 후보자 인물·능력, 정당의 정책·공약 등을 꼽았다.

그러나 역대 선거결과에서는 지역출신 후보자나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후보자에게 표가 결집되는 투표행위가 나타났다. 이런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는 선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이나 선거기간동안 후보자들의 선거 전략과는 관계없이 특정후보에게 몰표를 줌으로써 진정한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또한 선거결과로 나타난 지역주의는 사회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을 연결고리로 갖는 인물들 간의 정치경쟁을 유도해 사회 전반에 편견과 불합리한 고정관념을 만들었고, 유권자의 지역주의성향은 지역주의적인 정치구조를 만들고 집단이기주의 의식으로 배타성을 띠다보니 사회분열을 가져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누구도 당선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선거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야기됐다.

한편 다른 문제로 지금까지 선거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선심성 공약이 매번 반복됐다.

이번 선거에서 각 당 내부 경선 및 여야 본선 맞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여야가 내놓은 공약만 보더라도 필요한 예산만 얼추잡아도 50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국민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장을 뽑는 것이지 건설업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민선 5기 때 지자체가 내세운 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900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필요한데 이 사업의 70%가 대규모 예산이 드는 토건 사업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표심을 사려는 후진국형 선거 공약만 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3월과 4월 법률소비자연맹의 ‘전국지방자치모니터단’(이하 법률연맹)은 민선 제5기 기초단체장 227명의 4년 전 선거당시의 공약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 상근 모니터위원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 2043명과 이행여부 등을 조사, 분석·평가한 결과를 6.4지방선거에 유권자 정보로 공개했다.

이 발표에는 평균 지자체가 선관위에 제출했던 5대 공약 6824개를 분석했는데, 공약 이행률은 66.56%로 나타났으며, 공약 일치율은 71.82%로 나타나 지역실정과 다른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되면 삭제·변경 해 놓는 경우도 30%나 됐음을 공개했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건국이후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나 유권자나 투표하고 당선되면 그만인 빌공(空)자 공약으로 안 지켜도 그만인 포퓰리즘적 선거공약이 남발되었었다”며 “유권자는 선거공약이 중요하고 필요한 공약인지, 예산확보(재원조달)와 실행이 가능한 공약인지 하는 공약의 충실성을 살펴야 하고, 당선 이후에는 그 공약을 제대로 실천(이행)하는 지를 감시해야하며 공약이행을 촉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와 더불어 앞으로의 선진화된 선거문화의 초석을 다지려면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온 부정부패의 사슬과 제도화 된 구조적 부패를 추방하는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제도만 고친다고 해서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에 변화가 없으면 소기의 목적이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그래서 유권자도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책과 정견을 통해 깨끗하게 경쟁하는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질서가 회복되어 신뢰받는 사회,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화의 실체에 달려 있다. 정치 세력의 진정성이 절실하다. 그리고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盧載爀 기자 / sijung1988@naver.com


미국, 예비후보선거로 각 당 공직후보자 선출
호주, 투표참여 안하면 50호주달러 벌금 부과


■■■ 외국의 지방선거

미국의 지방선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형태에 따라 시장-의회형, 의회-시관리형, 위원회형, 주민총회형 등 다양하게 구분돼 있다.

미국의 지방선거구는 자치단체별로 다르게 채택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대선거구제, 소선거구제, 혼합선거구제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정당이 참여하는 각종 선거에서는 예비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유권자들은 이 제도를 거쳐 각 당의 공직후보자를 선출하고 있다.

프랑스는 2차세계대전후 비례대표제를 채택했고, 1958년에는 소선거구제, 1985년에는 다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기 위한 대선거구제로 전환했다가 1986년 3월 총선거에서 보수연합에 의해 소·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로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카운티(광역자치단체) 경우에는 동시선거로 매 4년마다 선출하고, 디스트릭트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동시선거 또는 의원정수의 일부를 교체(1/3)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광역의회의원선거와 기초의회의원선거를 분리해 다른 해에 실시함으로서 선거혼동을 방지하고 있으며 지방의원은 다수대표제로 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선거는 통일지방선거제도로서 3월부터 5월 사이에 한번은 도·도·부·현 및 지정도시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선거를, 또 한 번은 시·정·촌의 단체장 및 의원과 동경도 특별구의원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 선거구는 자치단체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로 해 실시되지만, 지방의회 의원 선거구는 광역자치단체인 도·도·부·현과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은 각기 다른 선거제도를 지니고 있다. 도·부·현의 의원선거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동경도만은 소·중선거구제를 적용하고 있다. 시·정·촌 의원선거는 대선거구제이지만 일부 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호주의 하원의원 임기는 3년이다. 거기에 내각책임제에선 아무 때나 조기총선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는 투표를 안 하면 50호주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투표율이 90%를 넘고 있다. 또 선거철 한국과 다른 점은 거리유세가 금지돼 있고 정책공약 유인물만 우편으로 각 가정에 송부하고 있다.
한편 한국과 영국, 미국 등 다수 국가가 단순다수대표제로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찍고 거기에 우리나라는 추가로 정당투표를 하지만 비례대표가 의석의 16.7%에 불과해 많은 사표(死票)가 생긴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호주는 선호투표제를 사용하는데 출마 후보 모두에게 선호에 따라 순위를 매겨 사표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영국은 단순다수(소선거구)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각 지역구에서 1표라도 더 획득한 사람이 당선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단점은 선거의 왜곡 현상, 즉 유권자의 투표 지지율과 의석 비율이 불일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장점을 꼽자면 제3당의 출현이 어렵기 때문에 양당제도가 확립돼 정치가 안정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프랑스는 단순다수제의 단점을 보완한 절대다수제를 택하고 있다. 결선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과반수, 즉 절대 지지를 받아야 당선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결선투표를 한다. 이 제도를 택하면 지역구 후보자를 당이 공천할 필요 없이 누구나 1차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고, 1차 투표에서 상위 득표한 자가 당의 대표로 2차 투표에 나갈 수 있다. 이 제도를 택하면 정당의 공천 대신 국민들이 1차 투표를 통해 후보를 정하게 된다.

이와 같이 영국과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차이가 있는 제도를 택하고 있으나 독일의 경우는 중간적 성격을 가진 혼합제도를 택하고 있다. 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선거구와 비례대표를 50% 나누어서 뽑고 있지만 비례대표에 대한 투표에 더 비중을 두고 정당이 받은 표의 비율에 따라 전체 의석이 결정된다. 이러한 혼합선거제도 때문에 군소정당이 난립하지 않으면서 대체로 3개의 정당이 번갈아 연합해 정부를 수립하는 정치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 6.4 지방선거 공약들


버스에서 교육까지 ‘무상시리즈’ 여전
‘100원 택시’ ‘박정희시’ 등 이색 공약


서울시장 선거 여ㆍ야 모두 ‘시멘트 공약’
새누리 강북개발 VS 박원순 강남 MICE 특화



6.4 지방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출사표를 던진 자치단체장 후보자들이 장밋빛 공약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유권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복지 공약과 개발 공약들이 당연 주요 단골 메뉴다.

반면에 교통 취약지 주민을 위해 ‘100원 택시’를 도입하고 경북 구미시를 ‘박정희 시’로 바꾸겠다는 등의 이색 공약도, 서울시청을 자신의 자치구로 옮기겠다는 허무맹랑한 공약들도 역시 남발되고 있다.

모두 자신을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종으로 현역 자치단체장들은 재선을 위해, 새내기 후보자들은 인지도 상승의 수단으로 이같은 ‘관심끌기용’ 공약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세운 복지 공약들을 보면 대부분이 ‘무상’ 이라는 단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상 버스’, ‘무상 통행료’, ‘무상 공용주차장’, ‘무상 교육’ 등 실현 가능한 내실 있는 공약이든 아니든 모두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경기도지사로 출마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시내버스를 무료로 타게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김 후보는 도입 첫해에 노약자와 청소년 275만명이 공짜로 버스를, 4년 뒤부턴 한 해에 3100억원을 들여 도내 모든 버스를 ‘공짜 버스'로 만들겠다는 제법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대전 시장을 준비하는 선병렬 전 의원은 대전순환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종윤 청주시장 예비후보는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무료화 공약을 발표했다. 또 서울교육감 후보로 나오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초등학교 방과 후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도 ‘무상’ 공약은 경쟁적으로 산업단지 부지 무상 임대, 초중고생 대중 교통비 지급 공약은 물론 심지어 지역 상인들에게 무이자로 급전 대출을 해주겠다는 공약까지 나왔다.

모두 솔깃한 내용의 공약들이지만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상’이라는 말 뒤에는 곧 막대한 ‘예산’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무상’ 공약은 예산 확보 등의 구체적인 대안 없는 단순히 막연한 기대감으로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 중 최대 빅매치로 꼽히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공약은 지지세가 약한 지역 표심잡기 공약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여권은 강북에, 야권은 강남에 초점이 맞춰졌다.

새누리당 후보군들은 모두 강남에 비해 개발이 더딘 강북의 개발 공약으로 야권의 지지세가 강한 강북권에 표심을 호소했다.

특히 정몽준 전의원은 강북 경전철 조기 완공과 간선도로 지하화, 강북권에 서울 비즈니스 중심 단지 조성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에 박원순 시장은 강남권에 위치하고 있는 코엑스와 한전, 서울 의료원, 한국 감정원, 잠실 운동장을 한 번에 연결시킨 ‘MICE’ 복합 전문 컨벤션을 만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기본적으로 개발을 싫어할 유권자는 없다. 그러나 이 공약들 모두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도 않아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제시된 공약들 모두 민자 유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른 요금 부담이 사용료나 통행료 등으로 전부 시민들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지역 발전과 주민 생활 편의를 위한 개발 공약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만 뜯어보면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들이 적잖이 눈에 띄고 있다. 모두 애초에 ‘실현 가능성’보다는 ‘당선 가능성’에만 무게를 둔 공약들로 걸러내지 않으면 ‘예산 폭탄’으로 돌아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尹鍾哲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