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문제는 지금부터다
<기자수첩>문제는 지금부터다
  • 윤종철
  • 승인 2014.06.19 14:53
  • 댓글 0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진 6.4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비록 50% 중반대라는 다소 실망스런 투표율을 보이긴 했지만 국민의 선택은 신중했고 결과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승부로 끝이 났다. 양당 지도부는 이기지 못한 것보다 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여당과 야당 모두 앞으로 변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준 선거였다. 당선자들 스스로도 이제는 당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에게 나아가야 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선되기만 하면 권위와 권리만을 내세우고 이념과 정책 경쟁이 아닌 당의 이익과 실리만을 쫓는 구태 정치를 우리는 수없이 봐 왔다.

당선되기 전에 가졌던 정치적 이상과 소신은 사라지고 권력과 이권에만 관심을 가지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권력에 빌붙기만 하면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는 이런 유혹들을 경계하고 스스로 자세를 낮춰 잘못된 정치적 관행의 사슬을 끊어야 할 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변화된 모습보다는 벌써부터 이전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양세다.

선거기간 동안 스스로 약속한 공약들과 귀담아 들었던 구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심 없이 그저 의장에 선출되기 위한 힘겨루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기초의회 의원 재선에 성공한 한 당선자는 ‘보내주신 지지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하겠다’는 당선사례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초선의원들을 만나며 의장 선출을 위한 자신의 지지를 독려하고 나섰다.

심지어 한 기초의회 당선자는 ‘대우를 이런식으로 할 거냐’며 담당 공무원을 힐책했다 한다. 이 무슨 망언이란 말인가? 부단한 아부와 노력으로 기호 ‘가’의 공천을 받았으니 이를 치하해 업고라도 다니라는 말인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기초의원들의 존재 이유는 구민이 낸 세금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집행부를 감시하고 구민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라고 표를 준 것이지 대우나 받으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당선자들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당도 정치권력도 아닌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눈과 귀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국민들은 지난 선거에 그대들이 한 약속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