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에서 외면당하는 우리 역사
우리땅에서 외면당하는 우리 역사
  • 시정일보
  • 승인 2005.03.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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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 · 칼 · 럼==김 영 섭 <본지 논설위원>서울시문화원연합회장


근래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관련 움직임을 보면서 참으로 착잡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이다. 심지어 어떡하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리고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아무리 독도가 그들의 땅이라 우겨도 절대 일본영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만으로 통탄할 일이 아닌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까지 마다하지 않을 주변국들의 야욕과, 마음대로 국토를 넓힐 수 없는 마당에 잘만 하면 국제적으로 분쟁지역을 만들고 그 틈을 타 영해를 넓힐 수 있는 기가 막힌 기회를 마다할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우리는 침략이라고 흥분하고 분개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흥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며, 가능하면 국제적으로 충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또 어찌보면 무한경쟁의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그리 된다면 당하는 쪽만 어이없고 억울한 일 아닌가. 문제는 우리의 대처능력이며, 안으로는 우리의 역사적·민족적 사관정립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대사가 우리의 심장이랄 수 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기자들을 불러놓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큰소리치고, 때를 맞춰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독도의 날을 선포하고 있던 그즈음 아연실색할만한 기사가 나왔다. 국가고시에서 국사과목을 폐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일반회사의 사원을 뽑는 것도 아니고 이 나라 공직의 기둥이 될 최고 인재를 뽑는 사법, 행정, 외무, 입법고시에서 잇달아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나마 주당 2시간씩 있던 고교국사시간도 없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시험을 관장하는 중앙인사위원회는 적성시험에서 오히려 국사 이해력평가를 강화했다고 해명을 하였다. 하지만 국사과목 시험 폐지이유에서는 또 한 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국사교육이 단순암기식 평가로 역사이해에 도움이 안 되고, 일본의 경우 국가1종 시험에 일본사과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앞날이 막막하지 않은가. 일본이 없애면 우리도 없애야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동안 우리는 매사에 일을 처리하면서 보완책이나 대안제시 없이 그저 밀어붙이고 말썽이 나면 그때서야 대책을 강구한다고 호들갑을 떨기 일쑤였다. 지금 당장 나가서 역사에 관심이 있는 초중고생을 잡고 물어보라, 그들의 역사지식이 학교교육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지를. 필자가 간혹 학생들에게 물어 본 바로는 대개 교과수업과 관계없이 부모님이 사준 위인전기라든가, 이야기 역사책 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일부 역사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제외하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며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교실교육이 무너진다고 개탄스러워하는 요즈음 몇 시간되지 않는 역사나 국사시간에, 그것도 중앙인사위원회 말대로라면 저효율의 단순암기식 교육이며 따분하고 재미없다는 역사에 귀 기울이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교육방법이 잘못되었다면 하다못해 만화나 영상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방법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효율만을 따지면서 폐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논리가 아닌가?
또 하나 이번 독도문제 역시 그동안 계속 문제가 됐고 그때마다 정부 보다는 시민단체에서 역사적 자료를 찾고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동안 일본은 독도가 엄연히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꾸준히 영유권 분쟁의 음모를 진행해왔다. 그들은 하다못해 과거 불법으로 독도에서 조업을 했던 일을 거짓 거주 역사로 만들어서 억지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각종 문헌이나 자료에 기록된 분명히 우리 땅이라는 독도의 역사는 과연 어디로 갔느냐 말이다.
단순히 국민적 흥미와 관심이 없어서 국사시험 폐지의 발상을 가진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영국 대영박물관의 한국관에는 아직도 버젓이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는 걸 그들은 아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