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로만이 아닌 특권 내려놓기 제대로 실행해야
기자수첩/말로만이 아닌 특권 내려놓기 제대로 실행해야
  • 정칠석
  • 승인 2014.07.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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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여야는 선거철만 되면 앞다퉈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또 정치를 혁신하겠다고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으며 국민을 향해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선거가 끝난 작금의 국회를 보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던 특권 중 하나인 겸직 금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마련한 ‘국회의원 겸직 금지 관련 최종 검토보고서’가 최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보고됐으나 의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국회의장이 보고서를 거부한 이유는 윤리심사자문위와는 별개로 지난 4월 국회운영위에서 ‘국회의원 겸직에 관한 규칙’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이를 참조해야 한다는 것으로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이는 영리와 관련된 직을 겸임한 소수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 의원의 겸직이 허용된다. 그러나 윤리심사위의 최종 의견은 각종 단체의 직을 동시에 가진 90여 명의 현역 의원 중 40여 명의 겸직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결국 국회의장의 보고서 거부는 외부 전문가들이 제시한 엄격한 겸직금지안 대신 국회의원들이 만든 셀프개혁안으로 겸직을 금지하는 흉내만 내겠다는 것이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는 구태의 상징인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 아닌가 싶다. 자신들이 구성한 자문위의 의견을 무시하려면 4개월간이나 혈세를 사용하며 자문위를 운영한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비를 받으면서 다른 직을 겸한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특권에 속하며 비리와 폐습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 집단이기주의다.

국회의원 겸직 금지는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 공히 대국민에게 공약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국회법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자리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했다. 개정 국회법에 따라 겸직금지의 세부 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3월 국회 스스로 발족시킨 게 바로 윤리심사자문위다. 여기에서 만든 보고서를 국회의장이 이번에 뒤집은 것이다. 또한 여야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많은 공약을 했으나 세비 30% 삭감을 비롯 불체포 특권폐지, 면책특권 폐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하고도 국회의원들이 과연 관피아 척결을 외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국회의원들은 관피아보다 정피아가 국가 개조의 핵심 대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국회의장은 윤리심사자문위의 안을 즉각 채택해 슈퍼갑으로 불리는 국회의원들이 특권 내려놓기와 정치혁신을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