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마를 위한 변명
기자수첩/경마를 위한 변명
  • 이승열
  • 승인 2014.07.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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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오늘은 독자들께 간단한 문제를 하나 내 보고자 한다. 다음 중 도박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①야구 ②축구 ③농구 ④경마
많은 분들이 ④번을 고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답은 All or Nothing이다.

경마가 도박이라면 야구와 축구도 그 오명을 피해갈 수 없다. 현재 스포츠의 승부에 돈을 거는 게임을 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에 단 한 곳도 없다. 우리나라에도 스포츠토토가 있다. 스포츠토토는 도박이 아니고 마권만 도박일 수는 없는 일이다.

경마는 엄연히 기수와 경주마가 승부를 겨루는,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스포츠다. 특히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 중 경마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경마는 한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이 된다. 경주마를 생산해야 하는 축산업이 필연적으로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마는 전 세계가 더러브렛(thoroughbred)이라는 하나의 종(種)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경주마는 중요한 수출품이 된다. 미국, 아일랜드, 호주 같은 나라가 주요 경주마 수출국이며, 이웃나라 일본도 세계 최고수준의 경마대국이자 경주마 생산국이다. 경마산업을 일찍부터 키워온 덕이다. 반면 우리는 주요 경주마 수입국이며 국산마의 수준은 아직 낮다.

경마는 최고의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월드컵, 일본의 재팬컵 등 유명한 경주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며 전 세계에 중계된다. 호주는 멜버른컵 대회가 열리는 날을 국경일로 정해 나라 전체가 쉰다.

경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원이기도 하다. 경마공원이 있는 과천시 세입의 절반 가까이가 마사회가 내는 레저세다.

경마는 이렇듯 나라의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하나의 산업이다. 그런데 왜 우리 경마는 오로지 ‘도박’이라는 오명을 쓰고 음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을까? 그것은 경마를 운영하는 정부와 마사회가 경마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산업으로서 육성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좋은 ‘세원’(稅源)으로만 여겨 왔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인 목적으로 도박산업으로 매도해 부정적인 면만 의도적으로 확산시킨 일부 정치인들의 잘못도 크다.

용산 마권장외발매소의 이전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당장의 문제만 봤을 때는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 없이 밀어붙인 마사회의 잘못이 크며 그들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마를 하나의 기간산업으로 제대로 육성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능력과 의향이 없다면 경마 자체를 시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