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지금은 국민과 자치단체가 숨 쉬는 샛강의 기적을 만들어갈 때
<단체장칼럼>지금은 국민과 자치단체가 숨 쉬는 샛강의 기적을 만들어갈 때
  • 시정일보
  • 승인 2014.10.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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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양천구청장

[시정일보]복지예산 100조 시대이다. 내년에는 전체 국가 예산 중 복지예산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보편적 복지가 확산되면서 202만명의 영유아와 447만명의 어르신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보편적 복지는 시대 흐름이며 우리나라도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치단체의 복지 디폴트 위기, 자치단체 부담금의 국·시비 돌려막기, 재정자립도 급락이라는 지방재정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2인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일명 ‘2할 자치’라 불린다. 중앙과 지방의 지출 비중은 4:6이다. 중앙정부가 국세로 거둔 세금 중 절반은 지방에 이양하는 상황이다. 자체 세입 확충 기반이 미약해 지방의 재정자주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2년 무상보육 도입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13년에는 무상보육 지방비 부담이 자치단체 전체의 사회복지 자체사업 비중을 추월했다. 단일 국고사업 지방비 부담이 자치단체 전체 사회복지분야 자체 사업 규모보다 크다는 사실은 세출분권 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지방자치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할 것이다.

점입가경으로 7월 시행된 기초연금제도는 자치단체 올해만 7천억원, 2017년까지 총 5조 7천억원이라는 예산을 추가로 부담하게 만들었다. ‘2할 자치’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자치단체 재정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되었다.

양천구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다. 올해 일반회계의 53%가 복지사업에 쓰이고 있다. 구비분담금은 지속 확대되어 복지예산이 2013년 대비 8.5%나 증가하였다. 더욱이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올해 구비 부담금 65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며, 내년에는 93억원이라는 재원까지 마련해야 한다.

지난 9월3일에는 이같은 자치단체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대내외에 알리고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전국시군구협의회의 공동 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자치단체의 복지예산은 2008년 22조원에서 올해 42조원으로 연평균 11%가 증가했다. 이는 지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4.7%의 2배를 넘는 수치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로 세입여건이 계속해서 악화되는 상황에서 5조 7천억이라는 불가능한 재원까지 마련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 자치단체들은 복지 디폴트라는 단어로밖에 응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국이 복지비 대란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는 결국 담뱃세·주민세 인상이라는 증세카드를 들고 나왔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편적 복지 확대를,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증세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사회지출 비중은 9.3%로 OECD 국가 평균 2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9월4일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미래비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국민들은 ‘소득 분배가 공평하고 빈부 격차가 별로 없는 복지국가’를 가장 선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증가하는 사회복지 수요에 복지예산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덜 내고 더 받는 복지는 고갈되고 만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증세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증세를 위한 국민적 합의도, 방법에 대한 자치단체와의 논의도 없었던 서민증세는 결코 답이 아니다. 소득과 관계없는 간접세 위주의 증세는 서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기에 ‘서민증세’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행복한 삶을 위해 시작된 복지가 사회불안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또한 이 효과마저 총 5조원 내외로 이 중 자치단체로 들어오는 예산은 지방교부세까지 합쳐 1조 9천억원 정도이다. 2014년에만 양육수당, 기초연금 등으로 자치단체가 추가부담한 예산이 6조 4천억원임을 고려할 때 이에 훨씬 못 미친다는데 역시 문제가 있다.

이번 자치단체 복지 디폴트 선언, 서민증세 논란을 계기로 왜곡된 지방재정구조와 자치단체와의 합의없는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 미봉책의 서민증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국민과의 소통, 자치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복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통해 보편적 증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며, 복지지출 확대 속도와 방법 및 지방세제 개편을 위한 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중앙과 지방이 협력적 상생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