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쪽짜리 만장일치
<기자수첩>반쪽짜리 만장일치
  • 윤종철
  • 승인 2014.11.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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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다수결의 원칙’은 대의 민주정치와 더불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의사 결정의 가장 이상적 방법은 전원 일치일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라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소수의견이라고 단순 배척돼서는 안된다. 즉, 단순한 수의 지배 또는 힘의 논리인 ‘독단’이나 ‘전제’를 배제하고 성원 상호간에 이성적 토론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소수의견의 존중과 반대의견에 대한 설득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공·사를 막론하고 의사 결정시 꼭 염두해 둬야 될 기본원칙이다. 특히 국민을 대표해 건강과 행복, 안녕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이를 지켜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한 지방의회의 ‘노인복지업무 부적격 공무원 인사조치 촉구 결의안’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노인단체를 표적 수사했다며 담당 국장이하 관계 직원들의 인사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한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안건에 대한 아무런 언질도 받은 바 없다며 사건의 본질과 진실 유무의 정확한 판단 없인 투표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은 투표에 불참했고 새정연 의원들만이 투표를 강행해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여기서 결의안의 옳고 그름은 더 이상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신뢰의 문제’로 변질돼 버렸다. 다수결의 전제조건인 반대의견에 대한 논의 과정이 생략되면서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다수의 의견에 따른 결의안 의결이 보다 합리적 결정이었다’라는 기본적 신뢰도 같이 생략돼 버렸다. ‘반쪽 결의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이유다.

얼마 있으면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된다. 이날 투표 강행보다는 이 사안을 행감에서 구체적으로 파헤치고 의총을 열어 새누리당 의원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눈 후 결의안을 가결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더라면 ‘반쪽 결의안’이라는 오명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한 결의안으로써 그 의미는 더욱 컸을 것이다.

물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반대 의견에 대한 강한 표출이었다 하지만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의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권도 투표 방법 중에 하나다. 불참이 아니라 기권표를 던져야 했음이 옳다.

새가 나뭇가지에 앉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나뭇가지의 단단함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제 시작을 알린 제7대 지방의회에서는 앞으로 당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믿고 따져 의사를 결정하는 건강한 의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