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면평가의 虛와 實
<기자수첩>다면평가의 虛와 實
  • 한성혜
  • 승인 2015.01.08 14:33
  • 댓글 0

[시정일보]강원도는 지난 2일자 정기인사에서 처음으로 다면평가제를 적용하면서 적지 않은 혼란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최문순 도정 2기에 접어들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이루어진 것이라 도청 직원의 관심은 극에 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문순 도정은 지난해 6.4지선 직후 정무부지사 인선의 첫 단추부터 차질을 빚으며 연쇄적 파격인사가 파장을 불러오면서 과연 최 지사가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헤아리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왔었다.

이에 최문순 도정은 지난해 8월 ‘직원과의 소통의 장’에서 내년 정기인사부터 다면평가제를 도입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난달 9, 10일 이틀간 실시된 다면평가에서 5명의 과장급을 우선 승진 추천자로 선정하고, 승진자로 추천된 과장급 직원들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다면평가에서 업무 능력과 리더십 등의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직원 다면평가가 인기투표로 전락, 특정인 탈락의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직원 수가 많은 부서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면평가 참여율이 57.4%에 불과했다는 점도 그렇다.

이를 반증하듯 도청 N국 K모 과장은 이번 다면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인 즉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인 만큼 추천된 직원들에 대해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어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타지에서 전입한 직원들은 물론 경력이 짧은 젊은 직원들도 과연 얼마나 잘 평가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다면평가가 그동안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제도를 개선하고 인사 공정성 시비를 뛰어 넘어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물을 직원들의 평가를 통해 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업무 능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도입한 것이지만 이것이 만능이 아니라는 시각은 여전하다. 이를테면 인사 공정성 제고 외에 특정인 탈락의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일게 할 수도 있어 다면평가가 과연 인사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최상의 카드인지 의문만 남긴 것이다.

다면평가제의 사전 면밀한 검토도 없이 성급하게 도입해 논란에 빠진 도정은 결국 일부 인사에 인사권자의 권한을 반영한 미봉책(?)으로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모두 끝냈다.
강원도정은 프레올림픽 기간을 빼면 2년도 채 남지 않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전직원이 올인 하고 있다. ‘欲速不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인사 만사에 적용할 수 있는 여유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