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앙정보부 6국’, 역사기억공간으로 재탄생
옛 ‘중앙정보부 6국’, 역사기억공간으로 재탄생
  • 이승열
  • 승인 2017.08.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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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남산 제2청사 공간에 ‘기억6’ 조성… 2018년 8월 완공
▲ 옛 중앙정보부 6국(서울시청 남산별관)과 새롭게 조성될 기억6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군부독재 시절 혹독한 고문수사로 악명 높던 남산예장자락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새롭게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기억6’으로 이름 짓고, 2018년 8월까지 조성 완료한다고 밝혔다. ‘기억6’은 ‘중앙정보부 6국’을 의미하는 ‘6’과 부끄러운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를 담은 이름이다. 

‘기억6’은 한 세기 넘도록 고립돼 있던 남산예장자락 2만2833㎡의 옛 경관을 회복해 도심공원으로 재생하는 서울시의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의 하나다.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 시절 국내 정치사찰, 특히 학원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던 국가기관이다. 건물 건립시기는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정초(定礎), 1972.4.5. 중앙정보부장(中央情報部長) 이후락(李厚珞)’이라고 적힌 건물 정초석이 남아있다. 1995년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소유권을 매입, 이후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로 사용되다가 지난해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가 모두 철거됐다.

‘기억6’은 인권을 주제로 한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1층~지하1층, 160㎡)이 있는 300㎡ 면적의 광장으로 조성된다.

빨간 우체통을 모티브로 한 외관은 거대권력에 의한 폭력이 이뤄졌던 고통의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전시실 지하에는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등에서 고문이 이뤄졌던 취조실(고문실)이 재현된다. 1층 전시실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 공간은 실제 취조실이 있었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 지하공간(2개실)을 정밀 해체한 뒤 전시실 지하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이와 관련 16일 문화재 이전·복원 전문업체가 해체 작업을 진행한다.

전시실 1층에는 자료 검색이 가능한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가 설치된다. 

광장에는 지난해 8월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해 6개의 기둥이 세워진다. 각 기둥에는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문구를 새긴다.

한편 시는 옛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의 활용방안에 대해 수년간 논의한 끝에 지난해 3월 해체 후 재구성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6개월(16.8.~17.4.)에 걸친 기획회의, 기초자료 조사, 인권 전문가 자문, 고문 피해자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간 조성의 방향을 세웠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우리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