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대한민국, 재정분권 대장정 큰 막 오르다
신년기획 / 대한민국, 재정분권 대장정 큰 막 오르다
  • 문명혜
  • 승인 2020.01.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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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돌이켜보면 작년은 혼돈의 한 해였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다 줄 것 같았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혼란이 시작되더니 시민들은 광장에서 터를 잡고 한해가 다 가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촉발된 ‘보이코트 재팬’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고,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매해 초 지방자치 발전의 중요한 화두를 찾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을 신년인사로 삼아온 본지는 올해에도 중단없이 제역할을 다하려 한다.

올해에 선택한 주제는 두가지다. 지방자치의 물적토대인 재정분권과 여야의 극한대결을 야기했던 선거법을 다뤄보려 한다. 두 개의 사안은 세밑 직전에 관련법안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무게감이 커진 주제이기도 하다.

선거법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파간 이해를 거치며 복잡해진 내용을 유권자인 독자들께 자세하게 설명드려야겠다는 ‘충정’으로 특별히 선정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호에서는 먼저 지방자치의 물적토대인 재정분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문재인 재정분권 로드맵을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을 때 모두가 경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가계도를 상기해보면 그렇게 놀랄 일만도 아니다.

정치 대선배인 DJ가 현 지방자치제도의 문을 연 역사적 인물인데다 자신을 정치로 이끌었던 동료이자 선배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국 각지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수도까지 옮기려했던 지역균형발전론자였던 것이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는 요원해 보인다.

가장 중요하고 큰 관문인 지방자치 국가로의 헌법개정이 언제 실현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전대’는 중앙이, 일은 지방이

입법부의 개헌의지가 없는 것을 확인한 문재인 정부는 차선책을 택했다. 그동안 ‘2할자치’의 원흉이 돼 온 재정불균형을 개선키로 한 것이다.

2018년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낸 세금 중 대략 8할을 중앙정부가, 2할을 지방정부가 걷어왔고, 사용한 금액을 따져보면 중앙이 4할, 지방이 6할이었으니 ‘전대는 중앙이 차고 지방은 일만 한다’는 지방정부의 불만과 탄식이 이어져 온 것이다.

정부는 2018년 10월 재정분권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동안 중앙 지방의 세입비중을 8대 2에서 7대 3으로 완화시키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를 1단계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를 2단계로 정해 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일부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지방소비세율을 늘리는 방안을 시작으로 재정분권 장정에 나섰다.

2018년 기준 지방소비세율 11%를 1단계 기간 동안 21%로 인상하겠다는 게 1차 목표인데 정부안대로라면 지방정부가 갖게 되는 재정여력은 11조 70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4년 중 절반인 2년 동안만으로도 상당액의 ‘선물’을 받은 지방정부들은 확대재정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그동안 쌓아온 불만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인상된 지방소비세는 지역별로 재정능력에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수도권, 광역시, 도 순서로 차등을 둬 나누는 균형발전전략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인력을 충원하고 국가직화되는 소방안전공무원을 위한 소방안전교부세율은 기존 담배소비세율 20%에서 올해까지 45%로 인상하고 8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키로 했다.

 

국세 대 지방세 7 대 3 까지

정부의 1단계 계획은 해가 바뀌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변수없이 추진될 수 있는 든든한 계기가 마련됐다.

1단계가 ‘맛보기’였다면 내년부터 추진되는 2단계부터는 재정자율성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 국가균형발전을 앞당기는 재정분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정부는 공언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거쳐 지방세 확충방안 뿐만 아니라 재원배분 제도화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2년엔 20조원이 훨씬 넘는 지방세가 늘어날 예정이고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7 대 3 정도로 바뀌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이번 정부의 재정분권 로드맵이다.

지역의 고유 사업을 펼쳐 전국이 다양하고 풍요롭게 변화하려면 지방의 재정자립은 필수적 과제인데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은 방향을 제대로 잡고 큰 발을 뗐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와 학계에서는 재정분권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미흡하다는 점과 재정분권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방정부, 2단계 안 학수고대

가장 큰 목소리는 작은정부 즉, 기초자치단체의 재정분권 방안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재정분권 1단계의 경우 광역단체 세목인 지방소비세율만이 해법으로 제시돼 기초단체의 광역단체 의존성을 키우는 ‘역주행’ 현상이 초래됐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는 지속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을 압박해온 사회복지비 부담 해소책 제시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복지비 부담 때문에 전국의 모든 지방정부는 지역 고유의 여타 현안사업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이점 또한 개선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정운용의 획일성 개선도 재정분권의 중요한 현안으로 회자된다. 인구 천만의 서울이나 3, 4만의 군이나 똑같은 재정운용을 해서는 변화와 다양성을 토대로 하는 발전전략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어 ‘맞춤형 재정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도 주요 현안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국세와 지방세 구조개선, 지방재정조정제도 개편과 중앙사무 추가이양 등 재정분권 가속화를 위한 진일보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자치의 물적토대인 재정분권은 단순히 지방세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세수 권한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만 지방자치의 궁극적 지향인 국가균형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 최종안을 기다리는 지방정부들의 기대다.

문명혜 기자 /myong511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