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정책 ‘사람 중심’ 전환
서울시 뉴타운 정책 ‘사람 중심’ 전환
  • 문명혜
  • 승인 2012.01.31 13:43
  • 댓글 0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구상’ 발표…610곳 실태조사 원점 재검토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0일 서소문청사 대회의실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0일 서소문청사 대회의실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시정일보] 앞으로 서울시에서는 전면 철거방식의 뉴타운ㆍ정비사업의 관행이 사라지고 ‘사람이 우선하는 도시개발’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지난 30일 기자설명회를 갖고 영세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을 내놨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서소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뉴타운ㆍ재개발은 (저의) 가장 고민거리로 시장 취임 후 지난 3개월간 쪽방촌에서 고시원, 재개발 현장 등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많은 의견을 듣고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런만큼 이 자리도 비장한 각오로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오늘은 재개발 40년의 역사, 서울을 투기 광분과 공사장으로 뒤덮었던 뉴타운 10년의 역사를 뒤로 하는 날”이라면서 “성장의 필연적 산물이라 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희생이 뒤따랐던 만큼 부족하지만 고통이 사라질 때 까지 끝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는 서울시 구청장 대표로 뉴타운사업 T/F팀장을 맡고 있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 이건기 서울시 주택국장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박 시장은 “영세 가옥주ㆍ상인ㆍ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가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전면철거 방식의 뉴타운ㆍ정비사업 관행을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공동체 마을만들기 중심으로 바꾸겠다”면서 ‘사회적 약자 보호’ 위주로 전면 수정한 뉴타운 정책 기조 전환을 선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서울의 최대 갈등 현안으로 뉴타운ㆍ정비사업을 꼽고, 지난 3개월간 시민, 전문가 등과 50여 차례 이상의 토론 등을 거치며 문제진단과 수습방향을 모색해 왔다.

이번 발표한 ‘신정책 구상’은 시장과 지역실정에 밝은 각 구청장이 서울지역 뉴타운ㆍ정비사업 전체 1300개 구역을 △실태조사 대상(610구역)과 △갈등조정 대상(866구역)으로 나눠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역별 상황별 맞춤형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주요 핵심이다.

즉 1300개 구역중 사업시행 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개 구역은 실태조사와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사업시행 여부가 결정되므로, 서울 지역 뉴타운 재정비 대상 지역의 절반 가까이가 원점서 재검토 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업시행 인가 이전 단계인 610구역 중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ㆍ정비구역 83곳과 정비예정구역 234곳 등 317곳의 경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구청장이 의견 수렴을 한다. 이를 통해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 구역 해제를 요청하면 올해 안에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또 610구역 중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293곳은 토지 등 소유자 10~25% 이상이 동의하면 구청장이 실태조사를 한다. 이후 주민 여론 수렴을 거쳐 추진위나 조합 등이 취소를 요청하면 시가 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종로구 창신ㆍ숭인재정비촉진구역 등 5곳이 연내 해제가 유력한 곳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외 일몰제도 적용된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일정 기간 신청 주체가 다음 단계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구청장이 재정비촉진구역이나 정비(예정)구역의 취소 절차를 밟는다.

시는 추진위원회 승인이 취소된 경우 취진위가 사용한 법정비용 중 일부를 보조하기 위해 하반기 중 조례로 정할 예정이다. 조합이 취소되면 법적 근거가 없어 비용 보조가 안된다.

반면 주민간 갈등이 없고 대다수 주민이 사업 추진을 원하는 구역에 대해서는 각종 행정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원활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지원은 소형평형 전환절차 간소화, 세입자 대책 수립 등 공공관리업무 확대, 정비계획 수립시 용역비 50% 지원 중심으로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사업구역에 사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세입자 대책 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또 세입자가 기존 거주 지역에 재정착할 수 있도록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건설된 재개발임대 공가에 우선 입주했다가 세입자가 원하면 다시 준공된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가 임대주택을 추가확보 하는 등 세입자 대책을 강화하면 인센티브를 줘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

이밖에 정비사업 현장의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50명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주거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15명으로 구성된 갈등조정위원회 역시 갈등관리 정책을 자문한다.

박원순 시장은 구역이 해제되는 곳에 대한 사업비 보전 등과 관련해 “이미 조합이 결성된 단계면 자치단체만 부담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고, 조합이 부담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사업구역 해제 가능성은 멀어진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중앙정부의 비용 분담이 절박하며, 정부정책이나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거나 세입자를 사업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은 쉽지 않다”면서 “다만 지정 요건 강화 문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