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치경찰제, ‘풀뿌리 치안’ 지향해야
기자수첩/ 자치경찰제, ‘풀뿌리 치안’ 지향해야
  • 이승열
  • 승인 2020.06.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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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이승열 기자
이승열 기자

[시정일보] 기자는 지난 5월14일자 본지 창간특집호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에 관한 기획기사를 쓴 바 있다. (1522호 5면 참조) 이 기사에서 기자는,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자치경찰제의 내용과 쟁점을 짚어보고, 국가경찰의 권한과 인력을 자치경찰에 제한적으로 이양하는 이원화 모델에서 벗어나, 권한·사무·조직을 대폭 이양하는 일원화 모델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서울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서울시 자치경찰제 시범실시 성공을 위한 과제와 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자치경찰제 전반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자치경찰제 도입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주민의 입장에서 더 나은 치안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 돼야 한다. 즉, 자치분권에 기반해 일반행정과 경찰행정을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주민에게 더욱 안전하고 치밀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자치경찰에 관한 지금의 논의는 검찰개혁, 그에 따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되는 느낌이 강하다. 검찰의 일부 권한을 경찰에 넘기고, 이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다시 분산하는 것이 주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가경찰의 핵심적인 지위는 그대로 두면서 업무와 인원만 일부 배분하는 모습으로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오광조 기획홍보팀장은 “정부안은 심지어 인원마저도 충분히 배분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서울디지털대학교 이병도 교수는 “만약 자치경찰제도의 실시로 인해 치안서비스가 나빠졌다는 인식이 늘게 되면 이 제도는 시민의 저항으로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제공받는 치안서비스의 주체가 국가경찰인지 자치경찰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국가경찰로는 지역의 치안수요를 맞춤형으로 대응하기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신원부 한국평가원 원장)하는 자치경찰제의 효용을 명확히 인지하고, 국가경찰의 권한·사무·인력을 대폭 이관하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정부의 자치경찰제 추진안은 그 목표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인식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21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정부안(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 - 홍익표 의원 발의)이 곧 다시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풀뿌리 치안’을 향한 좀 더 전향적인 논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