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에 권한·사무·조직 대폭 이양해야
자치경찰에 권한·사무·조직 대폭 이양해야
  • 이승열
  • 승인 2020.05.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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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2주년 기획 / ■ 자치경찰제 도입 쟁점 분석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이 등교하는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지도하고 있다.(사진 :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이 등교하는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지도하고 있다.(사진 :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서울시는 지난 2018년 2월 ‘연방제 수준 자치경찰제 모델’ 용역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모델은 용역 이름처럼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제’를 지향한다. 국가경찰의 조직·사무는 물론 기존 인력과 예산까지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모든 경찰사무는 주민과 가장 밀착돼 있는 자치경찰이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수사권도 자치경찰이 갖는다. 국가경찰은 국가안보, 국제범죄, 전국적인 규모의 사건 등을 예외적으로 맡는다.

자치경찰 도입 필요성에 대한 제기는 우리 지방자치의 역사와 그 시기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는 주로 비대한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 중 하나로 논의돼 왔고, 실제 도입도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이뤄진 것이 전부다.

본지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 추진해 온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비판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들과 함께, 자치경찰이 도입되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수년째 답보…‘연방제 수준 자치경찰제’ 목표

시도지사에 민주적 통제, 정치적 중립성 확보

지역 재정여건에 따른 치안서비스 불균형 해소

 

 

자치경찰의 도입을 위한 문재인정부의 움직임은 지난 2017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를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8년 4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경찰행정·형사법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9명으로 자치경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자치경찰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11월13일에는 자치분권위원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 초안’을 공개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2019년 2월12일에는 자치경찰제 도입 관련 당정청의 협의가 진행됐다.

2019년 3월11일, 마침내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홍익표 의원 발의)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자치경찰제에 관한 사실상 정부안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에 계류 중이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올해 2월3일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찰개혁 제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지난 1월13일 국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권 개혁을 완수하고 수사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내용이 그 뼈대다. 그러면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본격 도입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찰법 개정안 통과 후 6개월 경과시점부터 실제 시범운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이 때문에 사실상 연내 도입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치경찰제 등 경찰개혁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 과제로 넘긴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21대 국회 개원 후에도 즉시 입법절차가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따라 올해 5개 시·도 시범도입, 2021년 제2단계 도입(전국적 실시, 사무 70~80% 이관)와 2022년 전면도입(사무 100% 이관) 일정도 순차적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사무가 완전히 분리되는 이원화 모델로 추진된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 활동을 지방행정과 연계해 수행한다. 또,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 교통사고·음주운전·공무집행방해 등 일부 민생치안 수사권과 현장 보존 등 초동조치권이 부여된다.

반면 국가경찰은 △광역범죄·국익범죄·일반형사 등 수사 △민생치안사무 중 전국적 규모나 통일적인 처리를 필요로 하는 사무 △순찰대 △정보·보안·외사·경비 및 112상황실 등 자치경찰의 업무를 제외한 모든 경찰사무를 담당하게 된다.

자치경찰 조직을 위해서는, 시·도에 자치경찰본부, 시·군·구에 자치경찰대를 신설한다. 지구대와 파출소는 사무배분에 따라 자치경찰로 이관한다. 단, 순찰대는 국가경찰이 운영한다. 자치경찰본부는 지금의 지방경찰청, 자치경찰대는 지금의 경찰서의 업무와 권한을 일부 이양받는다.

자치경찰에 필요한 인력은 지자체의 신규 인력 증원 없이 국가경찰 11만명 중 4만3000명을 이관해 충원한다. 인원 이관은 1단계 7000~8000명, 2단계 3만~3만5000명(누적기준), 3단계 4만3000명(누적기준) 등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시·도지사는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다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를 둔다. 시·도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본부장·자치경찰대장에 대한 추천·제청권을 갖고 △자치경찰공무원을 임용하며 △자치경찰 조직·인사·예산·장비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위원회는 5명의 합의제 기관으로 운영되며, 시·도지사 1명, 시·도의회 2명, 대법원 1명, 국가경찰위원회 1명의 추천권을 각각 갖는다. 자치경찰본부장은 위원회에서 2배수를 추천하고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국가경찰의 외부조직화 우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사무가 완전히 분리되는 이원화 모델 추진에 대해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상 중첩가능성이 높아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총무위원장은 “현장에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출동사무가 혼용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책임소재 때문에 업무 떠넘기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의 업무가 국가경찰의 부수적인 영역에 머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민애 변호사는 “정부가 제시한 이원화모델은 국가경찰이 모든 경찰업무와 관련해서 계획·조정 등 중요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정함으로써 자치경찰의 예속화를 가져올 수 있고, 실질적 지휘·감독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치경찰의 사무를 한정할 경우 국가경찰이 기피하는 업무를 떠맡는, 사실상 외곽조직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찰조직과 인력의 중심을 국가경찰조직에 그대로 남겨두고 자치경찰 조직을 새롭게 추가하는 이원화 모델보다는, 국가경찰조직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조직을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제시했던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제’ 모델이 연상된다. 서울시의 모델에 따르면, 모든 경찰사무는 자치경찰이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수사권도 자치경찰이 갖는다. 국가경찰은 국가안보, 국제범죄, 전국적인 규모의 사건만 예외적으로 담당한다.

 

권한 비대 ‘제왕적 도지사’에 종속

자치경찰의 조직과 관련해서는 시·도지사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부여되고 시·도지사가 직접 수사업무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자치경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인사권을 무기로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이 ‘제왕적 도지사’에 종속될 가능성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수사에 대한 개입 방지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병욱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본부의 행정 집행이 시·도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을 위반했을 때 이뤄질 수 있는 통제장치를 둬야 한다”면서 “이것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시·도경찰위원회를 통한 자치경찰본부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 나아가 시·도지사에 대한 견제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는 경찰사무의 독립성뿐만 아니라 경찰행정 영역의 주민대표성, 주민참여요구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그럴 때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적정하게 행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제도에 지방자치의 두 축인 ‘분권’과 ‘참여’가 모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요구를 지자체, 지방의회, 경찰위원회 등을 통해 적극 반영하고, 주민이 자치경찰 운영과정에 참여하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자치경찰본부장에 대한 시·도의회에 의한 인사청문회 등 민주적 통제 절차도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방재정 격차 ‘치안 불균형’ 초래

각 지역 간 재정능력의 차이에 따라 치안서비스 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가 처우에서 지역별 차이가 크다는 문제제기로 결국 국가직으로 환원됐던 소방직 공무원의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해 5월 펴낸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서>에서, “국가의 인력·장비 등에 대한 재정 지원 외에도 자치경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가칭)치안교부금 신설 등 실질적인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치경찰 관련 지출은 중앙정부가 전액 지방정부에 교부하는 것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선 시범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국비로 지원하며,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시기에 맞춰 안정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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